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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캄보디아-고아원에서 보낸 하루, 아이들의 순수함에 감사하며 등록일 2008-09-22 / 조회수3369  

18기 이진희

 

코캄 문화복지센터에서 한국어 교육을 시작하기 전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캄보디아 우동(Udong) 지방의 APCA라는 고아원 아이들 중 4명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APCA는 동기 단원이 파견될 곳이기도 했기에 우리에겐 더욱 좋은 경험이었다. 5살짜리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약 12살쯤되는 아이들 3명이었는데 발육상태를 봐서는 우리나라 초등학생 1학년 정도도 되지 않는 작은 체구의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이 12살이나 된 아이들이라니 내 눈을 의심했다. 설명에 따르면 기관에서 보호를 받는 아이들도 식사제공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영양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발육이 더디다고 한다. 그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지만 1박2일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함께 뛰어 놀고 좋아할만한 간식을 주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난 체력이 다 떨어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함께 뛰어 놀아 주었다. 그때는 캄보디아에 온지 며칠 되지 않았던 터라 말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그 작은 몸으로 나를 따라 다니며 함께 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녀린 손들은 어느새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마음이 벅차 오르는 순간이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통한다는 말을 몸소 실감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아이들과의 하루를 보내고 며칠 후 오리엔테이션이 끝나 APCA로 파견이 예정되어있던 동기단원과 함께 APCA를 방문했다. 도착하니 먼저 만났던 아이들이 제일 먼저 뛰어나와 반갑게 우리들에게 안겼다. 그리고 아이들이 모두 달려 나와 “쭘립쑤오”(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건넨다. 천사 같은 40명의 아이들이 밝게 건네는 인사는 어색했던 나의 웃음을 자연스럽게 바꾸어 주었다. 마술같이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첫 방문이어서 사정을 잘 몰라 간식 이외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던 터라, 할 만한 것도 갈 만한 곳도 없는 시골의 허허벌판 위에서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가지고 있던 동전과 병뚜껑, 비닐봉지를 이용해 즉석에서 제기를 만들어 오재미놀이를 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몸짓으로 설명하느라 진이 빠졌지만 어찌나 다들 똑똑하고 습득능력도 빠른지 금세 배워서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놀이를 했다. “티에리~티에리~”(나의 캄보디아 이름)를 외치며 신발이 없어 돌덩이가 삐죽삐죽 튀어나온 흙 바닥을 맨발로 정신없이 뛰어다니면서도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아이들이 다칠까 걱정도 되었고 내 값비싼 운동화가 왠지 부끄러워졌다.

 

한국에서의 나는 운동화가 망가질까 봐 뛰어다니는 것도 싫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발이 망가지는 것도 잊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동안 살면서 운동화 따위에 집착했던 내 자신이 어찌나 창피하던지.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데…’ 하며 순수하지 못한 내 옛모습이 씁쓸해졌다.

 

요즘 우리나라는 모든 문명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어서인지 아이들에게서 조차도 순수함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지 오래라 이런 순수함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코피온 18기 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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