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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인도-성교육 포스터만 보여줘도 수줍음 타던 인도 아이들 등록일 2008-07-14 / 조회수3254  

17기배진수

 

인도에서 성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 특히 부족마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사춘기 소녀들이 최소한의 성 건강 상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자신의 몸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확신과 의미를 가지고 수업을 준비했다. 

 

1차적으로 아이들의 기존 지식에 대해 설문을 했다. 이미 고학년 여학생수의70%가 넘는 아이들이 생리를 시작했고 1~2년 새에 시작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모두가 왜 생리를 하는지,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어떻게 임신을 하는지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이 없었다.

 

아이들이 이런 수업을 처음 접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재미있게 수업을 할 수 있을 까 고민을 했지만, 일단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데다가 나조차도 이런 수업에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달리 뾰족한 방도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시각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그린 포스터가 유일한 수업 도구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 그림 조차도 너무 부끄러워하면서 쳐다보기 조차 민망해 했다. 준비해 온 포스터를 보면서 2차 성징에 대해 수업을 진행했고, 이 모든 외적인 변화들은 신체내부의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이루어진다는 점, 또 여성의 몸 안에서 이루어지는 변화로 인해 기인한다는 점을 함께 공부했다.

 

아이들은 신체적인 변화에 따른 감정의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지만 기대했던 것 보다 굉장히 소극적으로 서로의 감정에 대해 표현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그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너무 창피해 한다고 나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나는 신체적인 변화나 생리의 시작 같은 것들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모든 여성들이 다 겪는 일이기 때문에 전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 몇 번을 거듭 강조하면서 이야기해야 했다. 아무래도 이런 수업이 처음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본 적이 없는 만큼 아이들에게는 심적인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신체의 변화나 여성의 몸에 대해 이야기하길 터부시 하는 인도의 문화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은 대체로 흥미롭게 수업에 참여했고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 신기한 듯 보였다. 처음에는 선생님들 역시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 해 주는 것을 부끄러워했지만 나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말문을 열도록 옆에서 계속 힘을 북돋워 주었다. 처음 듣는 내용이라 수업을 하는 나도,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수업 막바지에는 영어선생님이 “I'm too tired”라고 하소연 할 정도였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힘든 것이 싹 사라지는 듯 했다.

 

수업 끝에는 선생님들 조차 모르는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뿌듯한 순간이었다. 과연 나중에 이 아이들이 자라서 지금의 이 수업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했던 프로그램은 화장실을 몇 개나 지었나, micro financing으로 얼마나 많은 생계 수입을 얻었는가로 그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결과가 눈에 보이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진행했던 프로그램의 가치를 가늠할 수 없지만, 분명 아이들의 삶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던 작은 계기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처음에는 힘들고 귀찮은 일이 하나 더 생기는 것 같아 프로그램의 진행을 썩 내키지 않아했던 학교 선생님들도 한 주 한 주 수업이 지나갈수록 프로그램에 대한 열의와 애정을 보여주며 돕기를 자청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했던 저학년 여학생들은 수업시간이면 몰려와 언니들이 게임하고 토론, 발표하는 모습을 창문너머로 목을 빼 바라보곤 했다.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진행과 아이들의 높은 열기, 고마움이 한껏 묻어났던 아이들의 피드백까지…모든 것은 정말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일이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하는 이야기들을 모두 오리야로 통역해 주었던 영어선생님과 게임을 담당해 주었던 선생님, 그룹토론을 이끌어 주었던 선생님, 수업 전에 항상 리허설에 참가해 주었던 많은 선생님들이 없었더라면 효과적인 수업 진행은 고사하고 혼자 끙끙거리다가 포기해 버렸을 지도 모른다. 내가 어떤 이야기들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지 공감하고 아이들에게 전해주려 노력했던 선생님들의 얼굴하나하나가 눈앞에 떠오른다.

 

서로 같은 언어를 공유하고 있지 않아도 진심 어린 마음과 마음이 만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것!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늘 이야기 했지만 정작 나 자신이 가장 많은 것들을 배우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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