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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아르헨티나 -인디오들과 함께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등록일 2008-07-14 / 조회수2835  

17기 장가혜

 

점점 더워지던 아르헨티나의 12월. 조용하기만 하던 뽀소아술에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왠지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맞으려니 어색하고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한국의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반짝이는 전구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캐롤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는 다가오지만 교회 분위기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아이들과 함께 산타 얼굴을 종이접기로 만들기로 했다.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미리 종이접기 선을 표시해 두었지만, 생각만큼 잘 진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파파노엘’이라고 하면서 종이를 접어 만든 작품을 보며 좋아하는 모습은 무척 흐뭇했다.

 

교회의 가장 큰 행사 중의 하나인 크리스마스는 새벽부터 모두를 분주하게 만들었다. 우선 아침부터 몰려올 사람들을 위해서 새벽부터 ‘치빠’라는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요일 점심 급식을 위해 약 500개가 넘는 치빠를 만들던 일은 아직도 생생하다.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치빠는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먹는다.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만디오까 전분으로 만든 노릇노릇하고 고소한 치빠의 맛은 먹어보지 않고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준비된 먹거리는 예배당으로 옮기고, 그 곳에서 성탄예배를 드렸다. 아르헨티나 현지인들이 다니는 교회에는 가볼 기회가 없어서 그 실정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뽀소아술 교회에서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목사님이 한국분 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음식을 나눠주고, 교회 정리를 하는 동안 크리스마스는 어느덧 저물어 가고 있었다. 사람들도 모두 돌아간 뒤에 방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내리는 비를 보면서 쉬고 있는데 문득 한국 생각이 났다. 약간은 쓸쓸한 마음으로 지금쯤 가족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을때 목사님께서 부르셨다. 이제 우리들의 피에스타(축제)를 즐길 시간이란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크리스마스 때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먹는다는 단맛이 나는 빵과 싸구려 샴페인으로 소박한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교회에서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웃을 수 있었고, 잠시나마 들었던 쓸쓸한 기분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생각해보면 지금껏 보내왔던 크리스마스 중에서 가장 소박한 크리스마스였다. 캐롤도 선물도 케이크도 없었고 보고픈 사람들과도 함께 보낼 수 없었지만, 뽀소아술의 인디오들과 무엇인가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화려한 크리스마스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2007년 한여름의 크리스마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마 그 때는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소중함을 이제야 느끼고 있는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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